쓰레기가 가득한 흙더미가 쌓여있는 학교 뒷편의 그늘진 텃밭이었습니다.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사람들의 손길에서 멀어진 텃밭에는 그동안 버린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.
그 곳에서 아이들의 생태수업은 시작됩니다. 작은 씨앗을 키우기 위해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길은 흙 속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하나 둘 찾아내어 버리기 시작합니다. 흙 속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이 계속 나옵니다. 시멘트 벽돌, 깨어진 병, 과자 봉지, 플라스틱 장난감 등 쌓여가는 쓰레기는 작은 산을 만들고 있습니다.
깨끗하게 정리된 텃밭에는 아이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로 퇴비를 만들어 거름을 만듭니다. 텃 밭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황매화 나무는 텃밭 한쪽 귀퉁이에 햇볕 잘 드는 곳에 심어 주었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뿌리를 내리고 자기의 자리를 잡아 갑니다. 이웃 할머니 께서 보내주신 모종도 그 옆에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.
지난 목요일에는 옥수수를 심었습니다. 담벼락을 휘돌아 심은 옥수수가 잘 자라기를 아이들은 기도합니다.
아이들이 만든 작은 텃밭에는 개미도 살고 있고, 콩벌레도 살고 있고, 지네도 살고 있고, 지렁이도 살고 있습니다. 뿌리를 깊게 내린 잡초는 땅 속 깊은 곳까지 빗물을 빨아들이겠지요. 지렁이는 땅을 기름지게 하고, 땅 속에 작은 길을 만들어 빗물이 모든 식물에게 골고루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.
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요? 한국말이 서툰 아이에게 새로운 어휘를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것 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낍니다. 처음에 지렁이를 보고 소리지르고 징그럽다고 난리를 치던 아이들은 지금은 ‘몸이 마르겠다, 얼렁 흙으로 덮어주자’며 지렁이를 묻어줍니다.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겠지요. 스스로 키운 식물들에게서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가겠지요.
가을에는 풍성하고 넉넉한 여유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. 아이들이 심은 옥수수에는 자주빛 도는 찰 옥수수가 영글게 열매를 맺을 것이고,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도 꽃을 피울 것이며, 상추와 치커리도 아이들의 식탁을 넉넉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.
아이들이 만든 가을이 기다려집니다. 아이들이 스스로 배운 것들로 인해 옥수수 만큼이나 커 있을 테지요.
2010년 4월 따뜻한 봄날 -일이지기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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